지난 2탄에서 우리는 노광(Photolithography) 공정을 통해 유리 기판 위에 감광액(PR)으로 정교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. 하지만 밑그림만으로는 전기가 흐르는 회로가 될 수 없습니다. 오늘은 그 밑그림을 제외한 나머지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어, 실제 입체적인 회로 구조를 완성하는 ‘식각(Etching)’ 공정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.
1. 식각의 본질: ‘선택적 제거’의 미학
식각은 기판 위에 쌓인 금속막이나 절연막 중 필요한 회로 패턴만 남기고 나머지를 제거하는 과정입니다. 노광 공정에서 살아남은 감광액(PR) 패턴이 ‘보호막’ 역할을 하며, 식각액이나 가스가 보호막이 없는 부분만을 공격하여 깎아내는 원리입니다. 이 과정이 얼마나 정교하느냐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수율과 성능이 결정됩니다.
2. 습식(Wet) vs 건식(Dry): 식각의 두 가지 칼날
식각 공정은 사용하는 물질의 상태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. 과거에는 습식이 주류였으나, 초미세 공정이 요구되는 최첨단 OLED에서는 건식 식각이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.
① 습식 식각 (Wet Etching): 화학 용액의 힘
액체 상태의 화학 식각액(Etchant)에 기판을 담그거나 뿌려서 깎는 방식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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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점: 공정 속도가 매우 빠르고 비용이 저렴합니다. 또한, 특정 물질만 골라 깎는 ‘선택비’가 우수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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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점: 식각액이 모든 방향으로 퍼지는 ‘등방성(Isotropic)’ 특성 때문에 회로의 밑부분까지 깎여나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. 미세 회로 구현에는 치명적입니다.
② 건식 식각 (Dry Etching): 플라즈마의 정밀함
가스 상태의 플라즈마(Plasma)를 이용해 물리적, 화학적으로 깎는 방식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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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점: 수직 방향으로만 깎아내는 ‘안이소트로피(Anisotropic, 비등방성)’ 특성이 강해, 회로 선폭을 극도로 얇고 날카롭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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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점: 장비가 매우 고가이며 공정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구조가 복잡합니다.

3. 식각의 성패를 가르는 3대 핵심 지표
디스플레이 FAB에서 식각 공정 엔지니어들이 사활을 걸고 관리하는 세 가지 지표가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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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각 속도 (Etch Rate): 단위 시간당 얼마나 많은 두께를 깎아내는가입니다. 생산성과 직결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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선택비 (Selectivity): 깎아야 할 막질은 잘 깎으면서, 보호막(PR)이나 하부 막질은 건드리지 않는 능력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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균일도 (Uniformity): 대형 유리 기판(예: 8.5세대 이상) 전체에서 중심부와 외곽이 동일한 깊이로 깎여야 합니다. 판이 커질수록 이 균일도를 맞추는 것이 ‘신의 영역’이라 불립니다.
4. 글로벌 식각 장비 SCM: 시장을 지배하는 거인들
노광 장비에 ASML이 있다면, 식각 장비 시장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을 아우르는 거대 공룡들이 포진해 있습니다.
| 메이커 (본사) | 핵심 강점 | 디스플레이 시장 위상 |
|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(AMAT, 미국) | 압도적인 장비 포트폴리오. 식각뿐만 아니라 증착까지 통합 솔루션 제공. | 전 세계 디스플레이 FAB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표준 장비. |
| 도쿄일렉트론 (TEL, 일본) | 건식 식각(Dry Etch)의 정밀도. 특히 고해상도 OLED 공정 기술력 우수. | 삼성, LG의 최첨단 OLED 라인에서 AMAT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핵심 파트너. |
| 램리서치 (Lam Research, 미국) | 식각 전용 특화 장비. 매우 높은 선택비와 정밀 제어 능력 보유. | 초미세 배선 공정이 필요한 특수 하이엔드 패널 라인에서 강점. |
5. Techlayer Insight: 식각 기술이 폴더블과 VR을 만든다
최근 주목받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나 **마이크로 OLED(OLEDoS)**의 탄생 뒤에는 극한의 식각 기술이 숨어 있습니다. 층과 층 사이의 간격을 줄여 패널을 얇게 만들고, 빛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로 벽면을 수직으로 깎아내는 기술은 모두 식각의 영역입니다.
결국 디스플레이 제조 경쟁력은 ‘얼마나 깨끗하게, 그리고 정확하게 깎아낼 수 있는가’라는 조각의 예술에서 판가름 납니다.
